(작성: 2008.04.15)
지금 아이를 키우고 계시는 부모님들이라면 코흘리개 어린시절을 보내셨을 겁니다. 쓱쓱 코를 닦아 옷소매가 반질반질 했다고 하지요. 하지만 요즘 코흘리개 어린이를 보기란 흔치 않아요. 요즘에는 아이가 콧물을 조금만 흘러도 불편해하고 지저분해지는 걸 못 보는 엄마·아빠들이 우선 감기약부터 먹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감기에는 약이 없다’고 합니다. 이런 첨단의 시대에 아직 감기를 치료할 약을 만들지 못했다고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그래도 우리는 아이들에게 감기약을 먹입니다. 왜요? 당장 약을 먹으면 콧물이 멈추는 듯 싶고, 기침이 잦아드는 것 같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수많은 연구 결과들이 말해줍니다. 소아에게 ‘감기약’과 ‘밀가루약’(가짜약)의 효과를 비교하기 위해 투약해 보았을 때 감기가 낫는 데 걸리는 기간이 별반 차이가 없다는 거예요. 약을 먹이든 먹이지 않든 일반적인 감기는 나을 때가 되면 저절로 낫는 거라는 거지요. 단지 감기약과 밀가루약 사이에 유의미하게 차이가 나는 부분은 ‘졸음’과 ‘진정’ 부작용 정도라고 합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식약청에서는 지난 4월 5일부터 감기약에 2세(24개월) 미만 어린이에 대한 용법과 용량을 삭제했어요.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2세 미만 어린이에게 감기약을 먹일 어떤 근거도 없다는 이야기이지요.
왜 식약청은 이런 조치를 취했을까요? 감기약을 먹이는 것보다 콧물이 줄줄 흐르는 것이 어린이들에게 더 안전하니까요.
위험하다는 “어린이 감기약” 이란 어떤 약들인가요?
간단해요. 해열제를 제외한 모든 어린이 감기약입니다. 종합감기약, 기침약, 가래약, 재채기,콧물, 코막힘에 먹던 모든 약들이 여기 포함됩니다.
사실 미국에서는 이미 2세 미만 어린이에게는 기침 감기약을, 6세 미만 소아에 대해서는 항히스타민제 사용을 권고하지 않아왔어요. 그러나 국내 감기약에는 3개월 영아에서부터 용량을 표시함으로써 부모님들이 소아에게도 약을 쉽게 먹일 수 있도록 해왔었지요.
어린이에게 감기약을 먹이는 것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2008년 1월 미국의 FDA는 2세 미만 소아에게 감기약을 판매하지 않도록 했어요.
따라서 국내 식약청도 뒤늦게 2008년 1월 24일 지금까지 쉽게 살 수 있었던 콧물, 기침, 가래 등 감기 증상에 쓰는 의약품에 대해서 두 살 미만의 아이들에게는 감기약 사용을 대폭 제한시키기로 결정해서 지난 4월 5일부터 이들 의약품의 허가사항에 이들 연령의 용법용량이 변경되었어요.
어린이 감기약이 효과가 없기 때문인가요?
네. 효과 없습니다. 보고서엔 어려운 말로 “소아 감기약이 12세 미만 어린이에게 효과가 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라고 써있지요.
어린이 감기약에는 보통 여러 가지 성분이 함께 들어있습니다 .비충혈제거제는 코막힘을 제거를 위해, 거담제는 가래를 묽게 하기 위해, 항히스타민제는 재채기와 콧물 때문에, 기침억제제는 기침을 멈추기 위해 사용해왔습니다. 벌써 50년이 넘게 사용되어 왔죠. 하지만 미국 FDA의 자료에 따르면 어린이를 상대로 한 임상시험은 지금까지 단 11건에 불과했으며 이 자료도 검토해본 결과 '어린이에게 감기약이 효과가 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특히 2세 이하의 어린이의 경우 이들 감기약은 생명의 위협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럼 어린이 감기약은 어린이에게 안전하지 않나요?
지난 수 십년 동안 소아에게 사용된 감기약은 성인을 대상으로만 안전성과 유효성 검사를 거친 약물들이며 이 자료를 바탕으로 소아 용량을 책정하여 판매되어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