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 2018.05.16)
일회용? 재사용?
일회용의 사전적 의미는 한 번만 쓰고 버린다는 것이다.
의약품의 경우 일회용의 의미가 더욱 엄격한데 가장 주요한 이유로는 재사용 시 세균 오염 등으로 이차 감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회용 의약품이라 주장하면서 재사용을 암묵적으로 조장하는 약이 하나 있으니 그건 바로 인공눈물 일회용 점안제이다. 보통 여타 일회용 안약의 경우 1관에 0.2~0.3ml 정도의 용량이 들어간다. 우리가 한 번 눈에 넣는 안약 한 두 방울 양을 생각해보았을 때 이 정도면 충분하리라는 것을 상식적으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인공눈물의 경우 1관에 1ml까지 들어가 있는데 눈에 들이붓지 않는 한 1회에 쓰기에는 벅찬 양이다.
그렇다면 왜 일회용 안약에 이처럼 많은 양이 들어가 있을까?
많이 넣을수록 많이 받을 수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일회용의 의미와는 상관없이 1관에 많은 양을 넣을수록 약가를 높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로 일회용이지만 다사용을 조장하는 양의 안약이 만들어졌고 환자들은 이렇게 많은 양이 들어있으니 하루 정도는 사용해도 괜찮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한다. 하지만 보존제가 없는 일회용 점안액의 경우 재사용 시 세균성 결막염이나 각막염 등 전염성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이미 2015년 1회용 점안제를 한 번만 사용하고 폐기할 것을 경고했고, 그에 따라 보건복지부에서는 최근 일회용 점안제의 기준 용량(0.3~0.5ml)에 따라 약가를 다시 산정한다고 공고했다. 즉, 도저히 일회용일 수 없는 과다 용량을 만들어도 약가를 기준 용량 이상으로는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환자의 필요 vs 제약사의 필요
일회용 점안제를 생산하는 제약사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 소송을 하겠다, 제약사를 죽이는 정책이다 등등의 입장을 표명하며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환자들이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재사용을 하던, 눈에 들이붓든 상관없이 1회용 점안제의 용량과 가격은 제약사가 정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0.3ml 인공눈물은 최저 128원, 1ml 용량은 최고 444원으로 3배 넘게 차이가 난다. 불필요한 양은 버려지거나 우리의 눈을 위험에 빠뜨리는데 쓰이고, 버려진 양에 대한 이익은 제약사가 삼킨다.한 해 인공눈물에 쏟아 붓고 있는 약 1,500억 원이 이렇게 쓰이고 있는 것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하지만 0.3ml가 맞네, 1ml가 필요하네 등의 이런 논란에 숨겨져 있는 가장 중요한 지점은 따로 있다. 국내에서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인공눈물의 대부분은 히알루론산이라는 성분인데 이 성분은 일본을 제외하고는 선진국 그 어디에서도 안과용제로 사용하고 있지 않다. 뿐만 아니다. 한국처럼 인공눈물을 무차별적으로 사용하는 국가가 전 세계 어디에 있는가. 인공눈물을 보험급여 해주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안과 질환에 의한 각막 상피세포 장애가 아닌 이상 인공눈물을 눈을 보호해주는 영양제처럼 사용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자연스런 눈물 분비와 자연재생 능력을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꾹꾹 채워 넣은 인공눈물, 그 안에 숨겨있는 제약사, 의료공급자의 욕심을 보지 않고서는 뻑뻑해 지는 것이 비단 우리의 눈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