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2011.02.20)

아이에게 처방약을 안전하게 먹이는 9가지 규칙!

아픈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가 약을 지어본 경험을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약 봉투 속에는 대부분 시럽과 가루약이 들어있지요. 그렇다면 이 약은 과연 어떤 약들일까요?

아이들만을 위하여 만들어진, 아이들에게 잘 맞는 약이 따로 있을 거라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그런 경우는 사실 그리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어른 약을 부수고 쪼개고 나누어 아이 약을 조제합니다. 문제는 모든 약물학 책에서 강조하고 있듯이 ‘아이는 어른의 축소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약을 분해시키고, 흡수시키고, 배출하는 기관들이 아직 성숙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아이에게 약을 먹일 때에는 훨씬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처럼 아이 약은 기본적으로 위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여기에 한 가지 위험이 더 덧붙여지지요. 바로 다제 처방입니다. 감기약을 예로 들어봅시다. 병원에 가면 항생제, 콧물약, 기침약, 해열제, 소화제, 정장제까지 이것 저것 섞어서 처방을 하지요? 이처럼 여러 종류의 약을 한꺼번에 처방을 하는 것을 다제 처방이라고 합니다.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다제 처방 비율이 매우 높습니다. 특히 이 약, 저 약 한꺼번에 섞고 부숴서 조제해 주는 나라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기가 힘든 모습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한국에서 아이에게 약을 먹이는 것. 조금 더 신경쓰고,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겠지요? 그래서 건약에서는 아이에게 약을 먹일 때 최소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9가지 규칙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1. 약이 꼭 필요한 경우인지 먼저 확인하세요!

    어린이에게 가장 많이 먹이는 약은 감기약입니다. 콧물이 약간 흐르고, 기침을 시작하고, 열이 오르기 시작하면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아이 손을 잡고 병원으로 달려갑니다. 하지만 이미 2008년 미국 식품의약국은 2세 미만 어린이에게 감기약 사용을 금지시켰습니다. 캐나다와 영국은 2009년 6세 미만 어린이에게 감기약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지침을 발표합니다. 감기약이 어린이에게 별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 때문이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12세 미만 어린이에게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아직까지 조사 중에 있습니다. 아이가 감기에 걸렸을 때 가장 좋은 약은 충분한 휴식과 수분 보충이라는 것은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인정한 진실입니다.

    소아기와 청소년기에 가장 일반적으로 진단되는 정신과적 장애인 ADHD (주의력 결핍 과다행동장애)도 좋은 예입니다. ADHD는 그 원인이나 진단법이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치료 약물로는 뇌 속의 도파민 농도를 조절하는 메칠페니데이트 제제 (얀센의 콘서타 등)와 노르에피네프린을 조절하는 아토목세틴 (릴리의 스트라테라)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약물들은 심각한 심혈관, 간 질환을 일으키거나 성장 지체, 자살 충동 등의 부작용을 나타냅니다.

    따라서 아이가 주의력이 떨어지고 충동적으로 행동할 때는 우선 약을 복용시키기 보다는 상담 등의 비약물 치료부터 시작하라고 권유하고 있습니다. 약물 치료는 가장 쉬워 보이지만, 가장 위험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아이를 위해서 약을 먹이는 많은 경우가 오히려 아이에게 해가 될 수 있습니다. 정말 내 아이에게 지금 당장 약이 꼭 필요한 것인지 한 번 더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2. 약을 사용해야 할 경우에는 낮은 용량부터 시도하세요!

    약을 더 많이, 더 자주 먹는다고 해서 병이 더 빨리 낫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부작용 위험이 높아질 뿐이지요. 대부분의 약물 부작용은 용량 때문에 발생합니다. 정량을 초과하는 양은 독으로 작용할 뿐입니다. 특히 어린아이는 체중이 작고 내부 장기가 덜 성숙되어 있으므로 최소 용량부터 시도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예를 들어, 일정 범위 내의 용량으로 처방된 경우 우선 최소 용량부터 시작하세요. (예, 3-6ml 1일 3-4회로 처방되었을 때 3ml, 1일 3회부터 시작)

  3. 되도록 원 포장으로 처방해 달라고 요청하세요!

    어린이 약 중에는 시럽제가 많지요. 처방을 받아 약국에 가면 30㎖, 60㎖, 100㎖ 등의 시럽병에 약을 받아오게 됩니다. 대부분 약국에 들어오는 시럽제들은 1ℓ, 1.8ℓ 정도의 큰 병에 들어있기 때문에 덜어서 조제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 이물질 혼합, 개봉 후 변질 우려 등 위생이나 안전에 문제가 생기기 쉬워집니다. 따라서 요즘에는 소량 포장된 약들을 생산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처방을 받으실 때 원 포장으로 처방해 달라고 요구하세요. 물론 환자들의 이런 요구를 받아들여 제약사에서도 더 다양한 소포장 생산을 해야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