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 2014.11.12)

A약. 한국은 부작용 보고가 지극히 미미한 나라입니다. 이런 한국에서조차 약물 부작용 보고 1위를 한 약물이 있습니다. (2013. 04~09 대한약사회 지역약물보고센터 외래환자 부작용 보고.) 오심, 구역, 구토 등의 위장관 부작용은 차치하고서라도 중독, 경련, 발작, 자살위험성 등의 부작용이 다른 진통제에 비해 높게 나타난다는 국내외 많은 연구의 주인공인 약이지요. 몰핀이나 코데인과 같은 중독 증상은 물론이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의존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약입니다.

B약. 2013년 연간 총 4억정이 넘게 판매된 마약성 진통제가 있습니다. 모든 국민이 골고루 나누어 먹었다고 가정해도 한국 국민 1인당 연간 9.12정 복용.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무리 많이 먹어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매년 점점 더 많은 약물이 처방되는 추세지요.

이 두 약물은 무슨 관계일까요? 놀랍게도 A약과 B약은 같은 약입니다.

두통, 치통, 생리통은 물론이고 관절염, 근육통, 심지어 감기 몸살에도 쉽게 처방받아 먹을 수 있는 이것은 바로 트라마돌이라는 성분의 약입니다. 한국얀센의 울트라셋이 대표적 약이지요. 많은 처방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울트라셋과 그 복제약들은 사실 그렇게 만만한 진통제가 아닙니다. 몰핀처럼 중추신경계에 작동하여 진통효과를 내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수주 이상 사용 시 의존성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시판 첫해부터 약물 남용, 의존성 등의 부작용이 보고되었습니다. 영국에서는 2002년 금단증상(의존성)을 일으킨 약물들 중 3위를 차지하였습니다. 스웨덴, 호주, 뉴질랜드 등등 각국에서 이 약물의 ‘마약스러움’에 대한 신고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올해 8월 미국 DEA(마약단속국)는 트라마돌을 관리약물(controlled substance)로 지정하였습니다. 영국, 스웨덴, 호주, 요르단 등 각국에서도 이미 이 약을 마약성 진통제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 약은 그저 ‘진통제’일 뿐입니다. 심지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이 약을 복용할 수 있는 나이, 복용할 수 있는 기간 제한조차도 다른 나라에 비해 아주 느슨하게 풀어주었습니다. 그 결과는 모든 대한민국 국민을 먹이고도 남을 만큼 남발되는 처방전과 그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 국민들이지요.

식약처는 한시라도 빨리 트라마돌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제약사들의 마케팅은 더욱 공격적으로 변하고, 결국 하루가 다르게 트라마돌의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만만하지 않은 약을 만만하게 사용하는 것이지요. ‘안전한 대한민국’은 입으로만 외칠 일이 아닙니다. 식약처는 더 늦기 전에 마약성 진통제에 무방비로 노출된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것입니다.

[적색경보] 국민 1인당 매년 마약성 진통제 9알 복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