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 2010.11.15)
“No 스테로이드! 스테로이드가 함유되지 않아 안전하고, 그래서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 아토피 약”.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를 둔 부모님의 눈길을 단박에 끌어당길만한 광고입니다. 광고의 주인공은 부펙사막이라는 성분을 함유한 의약품으로서 염증을 가라앉히고 가려움증을 없애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토피 치료제로, 치질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었던 약이지요.
하지만 이 약은 이미 지난 4월 유럽에서 부작용 때문에 시판이 금지된 약물입니다. 이어서 5월, 일본에서도 시장 철수가 되면서 거의 전 세계에서 사라지게 되지요. 사실 부펙사막 철수 물결은 독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작년 12월 독일 의약품 관리 당국이 부펙사막의 효과와 안전성을 재검토하기 시작한 거지요. 그리고 결국 부펙사막의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을 내려 시장 철수를 결정하게 됩니다. 이어서 독일의 결과를 받아 전 유럽 차원에서 부펙사막에 대한 평가가 진행됩니다.
부펙사막은 심각한 알레르기를 일으킬 위험이 몹시 높다고 합니다. 일부 환자들은 병원에 입원해야 할 정도입니다. 이 약은 가려움, 염증을 치료하기 위한 약인데 오히려 이런 증세를 악화시켜버리는 것이지요. 그래서 진단 자체를 어렵게 만들어 버리기도 합니다. 부작용 뿐만이 아닙니다. 유럽 위원회는 부펙사막의 효과에 대한 조사에도 착수합니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사용되어 왔던 이 약물의 유효성에 대한 어떤 근거 있는 자료도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결국 유럽위원회는 올해 4월 부펙사막 함유 의약품의 허가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게 됩니다.
한국 식약청은 유럽 발표 직후인 지난 4월 23일 ‘국내 부작용 보고자료 분석, 안전성 전반에 대한 종합적 검토’를 실시하여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취할 계획이라고 발표합니다. 결과는? 이제 6개월이 넘었지만 어떤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습니다. 제약사들은 ‘어차피 식약청에서 승인을 받아 출시된 제품이므로 식약청 조치가 취해질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시판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식약청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6개월째 검토 중일까요? 아님 까맣게 잊어버린 것일까요? 식약청은 무능하고, 제약사는 무책임하고, 환자들은 그 중간에 끼어있군요. 식약청과 제약사들의 책임 있는 후속조치가 신속히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건약의 의약품 적색경보 13호] 전 세계에서 퇴출돼도 한국에선 판매가능한 아토피, 치질약. 부펙사막 |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