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 2008.02.14)

  1. 보툴리눔 독소제제 (보톡스 주 등)은 어떤 약일까요?

    보툴리눔 독소제제 (이하 편의상 여러분들이 대부분 알고 계시는 보톡스 주사라고 하겠습니다)는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늄이라는 세균이 분비하는 독소입니다. 이 독소는 신경전달물질의 전달을 막음으로써 근육이 움직이지 못하게 하거나 이완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주름 개선 등의 효과로 널리 알려져 있지요.

    현재 국내에서는 4개의 제품이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받아 시판하고 있습니다. 대웅상사의 보톡스주(제조회사는 미국계 다국적 제약회사인 앨러간입니다), 한국입센의 디스포트주, 한올제약의 비티엑스에이주, 메디톡스의 메디톡신주가 바로 이 제품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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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약들은 대부분 안검경련(눈주변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 비정상적으로 눈을 깜빡거리거나 눈이 굳게 닫혀 뜨기 어려운 질환)이나 사시, 소아마비환자의 강직에 의한 첨족기형(관절이 비정상적으로 굳어서 발이 발바닥쪽으로 구부러져 발꿈치가 땅에 닫지 않는 기형)에 쓰이는 약으로 허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아시다시피 이런 약들은 주로 눈가주름이나 팔자주름 등 얼굴 주름에 많이 사용되고 있지요. 요즘은 사각턱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여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식약청의 허가를 받지 않은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off label' (허가된 용법이나 용량을 벗어나 의약품을 사용하는 것) 이라고 합니다. 결국 효과가 있다거나 안전하다는 식약청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야기이지요.

  1. 보톡스 주사는 어떤 위험이 있을까요?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이 약은 근육을 이완시키거나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약입니다. 그런데 만약 이 독소가 주사한 부위에 얌전하게 가만히 있지 않고 다른 부위로 퍼져 버리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이 독소가 만약 식도 근육으로 퍼져 버린다면? 그렇다면 음식물을 제대로 씹거나 삼킬 수 없게 되어 환자는 더 이상 먹지도 마시지도 못해 병원 신세를 져야 하지요. 더욱 심각한 문제는 만약 이러한 음식물이 식도로 넘어와 폐로 들어가면 ‘흡인성 폐렴’이라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2. 다른 나라에서는 보톡스 주사와 관련하여 무슨 일들이 있었을까요?

    우리나라의 식약청과 비슷한 미국 FDA는 2008년 2월 8일 보톡스 제제가 호흡 곤란, 사망 등의 중대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음을 언급하며 계속해서 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발표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FDA의 발표 이전부터도 전 세계에서 보톡스의 위험성에 관한 끊임없는 경고가 있어왔어요. 이미 유럽연합 EU는 2005년 11월까지 보톡스와 관련한 부작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7건 사망(6건은 흡인성 폐렴 때문이었음)을 포함한 약 700건의 부작용 사례를 밝혀낸 바가 있어요. 이후에도 보톡스의 부작용이 계속 보고되자 EU 보건국은 2006년 4월 보톡스에 부작용 경고를 추가하였으며 결국 2007년 6월 보톡스가 어떤 용도로 사용되던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음을 EU 27개 국가 의사들에게 경고하였죠. EU 보건 당국이 발표한 보톡스와 관련한 가장 중대한 부작용은 이 독소가 주사한 부위에서 다른 부위로 퍼져서 근육 약화, 삼킴장애, 폐렴 등을 유발하여 사망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일랜드에서도 이와 관련하여 문제가 되었는데요. 아일랜드 보건당국은 소비자들에게 보톡스를 오직 허가를 받은 용도로만 사용해야 하고 뷰티 살롱이나 미용 클리닉 등에서 주름을 개선하기 위해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습니다. 눈꺼풀이 늘어지거나 얼굴 근육이 약해지고 시야 장애, 궤양성 각막염, 심지어 심장박동이상, 심장발작까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미국 보건 당국이 보톡스 주사의 위험성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정확하게 알리지 않고 있다고 판단한 시민 단체들도 앞장서서 보톡스에 대한 조사를 했습니다.

    미국 내 최대 시민단체인 퍼블릭시티즌은 1997년 11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FDA와 제조업자에게 보고된 부작용 보고서를 분석했는데, 그 결과 554건의 부작용을 발견했어요. 이 중에는 18세 이하 어린이 6명 사망을 비롯한 25건의 사망 사례도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3. 국내 식약청과 판매 제약회사는 무엇을 했고, 하고 있을까요?

    2008년 2월 13일 식약청은 국내에서 시판되고 있는 약물들의 시판 후 조사를 한 결과 107건의 부작용이 보고되었고 사망 등의 중대한 부작용은 없었다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보고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 결코 부작용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요. 콘택 600 기억하시죠?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심각한 부작용 때문에 더 이상 판매조차 할 수 없게 된 약이지요. 우리 모두 한번쯤 콘택 600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을 찾기 힘들만큼 많이 복용했던 그 약조차도 국내에서는 이 약물 복용과 관련하여 부작용 보고는 한 건도 없었습니다. 결국, 식약청에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가 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 약이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식약청과 제약회사 앨러간은 이번 FDA 발표 이후 내놓은 해명자료에서 약물의 중대 부작용이 과량 투여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FDA의 언급을 인용했으나, FDA 경고문에는 분명히 ‘보톡스 사용 시 호흡 곤란, 사망과 관련한 심각한 부작용은 다양한 용량 범위 안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